
대체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은 The Strokes를 위시로 한 좌/우 패닝으로 나뉜 투 기타와 리듬 세션에 적당한 로파이로 이루어진 정석 구성이 있는 한편, 다양한 하위 장르와의 결합으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은 뻗어나갔다. 디스코를 활용한 The Rapture, 그런지를 활용한 The Vines, 블루스를 활용한 The White Stripes 등이 그 사례다. 특히 The White Stripes는 보컬/기타 & 드럼 오직 두 멤버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구성이나, Jack White의 기교가 청자로 하여금 사운드 스케이프에 전혀 빈 공간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동 밴드와 비슷한 뉴욕 밴드가 있으니, 이는 Karen O(보컬), Nick Zinner(기타), Brian Chase(드럼)으로 이루어진 Yeah Yeah Yeahs다. 특히 Nick Zinner는 Yeah Yeah Yeahs의 기타리스트로, 2000년대 초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계에 혁신적인 사운드 운용을 선보였다.
'03년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계의 역작 <Fever to Tell>에 수록된 'Y Control'. 10여년 전 쯤 처음 이 곡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지금 들어도 지겹지 않은 혁신적 문제작이다. 베이시스트가 없는 밴드이기에, 곡 자체 믹싱은 중심이 안잡혀있고 무언가 나사가 빠져있는 듯하다. 패닝으로 따지면 베이스가 들어가야 할 중간 부분이 텅 비어있다. 하지만 Nick Zinner는 기타 한 대로 기괴한 신스음 비슷한 노이즈로 고음부를 매꾸고, 깔끔하면서도 묘하게 지저분한 Stereorized된 디스토션이 마치 가두리에 가두듯 저음부를 채워 곡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바로 이 붕 떠 있으면서도 묘하게 트랙에 안정감을 주는 디스토션이 내가 느낀 이 밴드 사운드의 핵심이자 본질이었다.
Nick Zinner의 기타 운용은 어쿠스틱 라이브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상위 Maps 어쿠스틱 라이브 및 <It's Blitz!> 앨범에도 어쿠스틱 트랙이 여럿 수록 되어있는 등 Nick Zinner의 작곡 스케치는 주로 어쿠스틱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코드 운용과 아르페지오로 어쿠스틱 트랙을 짠 후, 밴드 편곡 시 고음부와 저음부를 과감하게 분리하는 방식인 것이다. Maps의 경우, 고음부는 어쿠스틱 트랙의 1, 2번 줄 핵심 음 정도만 남겨두고 과장된 멜로디로 살리되, 저음부는 확실하게 근음으로만 이루어진 디스토션으로 공간감을 채워 넣는 것이다.
(필자의 Yeah Yeah Yeahs 최애곡. Sometimes I think I'm bigger than the sound라는 가사를 정말 좋아한다.)
Cheated Hearts의 경우도 비슷하다. 어쿠스틱 트랙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강조하는 부분은 확실히 과장해서 살리고 저음부 및 리프는 과감하게 찢어지는 디스토션으로 메꾼다. 어찌보면 진정한 후기(Post) 개러지 록을 구현해 낸 기타리스트다. 오직 단 1대의 기타로 공간감을 메꾸는 리듬기타의 역할과 동시에, 메인 멜로디는 그 어떤 밴드보다도 과장되고 과감하게. 동시에 연주적 기교는 최소화하되 단순하고 명료한 멜로디로 펑크의 정신은 유지하는, 가장 본질론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기타 운용이다.
보통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밴드는 초기 작에서 포스트 펑크에 대한 본인들의 해석을 충실하게 제시한 후, 이후 작품에서는 자기 복제적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냉정하게 The Vines, The Libertines 등이 초기 작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그 사례다. 하지만 Yeah Yeah Yeahs는 초기 역작 Maps를 뛰어넘는 작품을 그룹의 본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그들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운드로 선보였다. 역대 바이럴 트랙 중 하나로 무조건 꼽히는 Heads Will Roll이 그 사례다.
Nick Zinner의 사운드 운용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종일관 곡을 관통하는 저음부의 디스토션, 그리고 이와 철저히 분리되어 과장된 고음부의 멜로디. 하지만 디스토션은 하우스 사운드에 잘 녹아들어갈만큼 더 깔끔해졌고, 고음부는 신디사이저 도입으로 더욱 넓어진 사운드 스케이프로 밴드에 새로운 색깔을 더한다. 거기에 청취자로 하여금 정답이라고 느끼게 하는 명징한 구성과 대중적 코드 운용. 그들은 이미 충분히 전무후무한 독창적인 데뷔 앨범을 더욱 참신하고 뛰어난 곡으로 넘어섰다.
Nick Zinner 이외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신선한 펑크적 에너지를 유지하는 Karen O도 언제나 경외롭다. Karen O의 파격적이고 과감한 퍼포먼스 너머에 은은한 서정성은 듣는 이의 심장을 간간이 짓누른다. 그녀는 라이브 도중 종종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는데, 그 웃음이 그저 순수한 열희에서 나오는 것인지, 무언가 그 너머 내면의 깊은 어딘가에서 우러나오는 또 다른 멜랑콜리한 무언가인지 생각하게 될 때가 종종 있었다. 자기 연민으로 가득찬 자의 흔한 눈물보다, 단단한 사람의 짐작하기 어려운 묘한 웃음이 더욱 사연깊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사실 내 창작물 'HAVME!'와 'sin.'의 저음부 디스토션 운용도 Nick Zinner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HAVME!의 경우에는 후렴구 부분에서 희미하게 깔리는 근음 저음부 디스토션(사실 믹싱 과정에서 더 강조하고 픈 마음이 있었으나, 당시 믹싱 초보의 입장에서 음압을 감당하기 너무 어려웠다)과, 'sin.'의 경우에 Outro 직전부터 후반부까지 깔리는 찢어지는 저음부 디스토션이 그것이다. 이번에 발매하려고 준비하는 곡의 경우에도,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기타 사운드 운용을 또 차용하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